[ CHAPTER2 소주의 궁 ] 5화, 고마워 소주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을만한 대회 별관의 계단 뒤편 아래.
공주가 소리죽여 흐느껴 울고 있네요.
그동안 노력해왔던 수고의 아쉬움일까요?
수 많은 청중들 앞에서의 창피함일까요?
믿었던 소주에 대한 실망감일까요?

공주는 어렸을 때 부터 엄격한 교육과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자랐어요.
왕실의 체통과 권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많은 지식을 배워야 했고
수준에 걸맞는 예절과 품위를 유지해야 했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스트레칭과 요가 수업을 받아요.
샤워가 끝나면 코디네이터들이 그 날 일정에 맞는 화장과 헤어, 드레스를 세팅합니다.
조용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조찬을 마치면 오전에는 외국어 수업을 해요.
스페인어, 불어, 독어, 라틴어를 배우죠.
짜여진 식단에 맞추어 점심 식사를 하고 나면 역사, 정치, 외교, 철학 등 인문학을 배우고
주말에는 체스, 승마, 테니스, 펜싱 등의 스포츠를 배우죠. 너무 너무 바쁜 일과내요.
저녁에는 주로 따분하기 이를데 없는 왕실의 공식적인 행사가 많아요.
공주에게는 사색이라는 것이 없어요.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잠이들고 말거든요.
그 힘든 일정에도 공주는 불평 한마디 없었어요. 마치 기계처럼 숨막히는 일과를 감당해냈죠.

도그쇼는 공주가 주도적으로 맡은 첫번째 왕실 미션이었어요.
하지만 엉망이되고 말았죠.
‘고마워, 소주야’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공주가 흐르던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발그레 미소띠운 입술로 말했어요.
‘언제나 나와 함께 해줘서’ 소주가 공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살랑살랑 꼬리치며 아직 남아있는 눈물을 핥아줍니다.

